한 평생 다신 없을 인연이구나.
그리 생각하며 만난게 딱 6년이었어. 주위 사람들도 부모님도 왜 어서 결혼하지 않는거냐 아우성이고 슬슬 도 그와의 결혼 생활을 그려보곤 해.
그도 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리라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깟 프러포즈 누가하면 어때, 하는 마음으로 반지를 사고 근사한 저녁을 예약해.
오랜만에 멀리까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반응은 계속 시큰둥해. 힐끔 거리며 시계를 확인하고, 안색도 별로고 어딘지 초조해 보이는 것도 같아. 불안함을 꾹 눌러담으며 반지를 꺼내든 를 보고 그는 표정을 굳혀.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아.
차가운 표정과 달리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낸 그가 뱉은 말은 참으로 담백했어.
- 미안, 너무 예상 밖이라. 우리 아직 젊잖아. 조금..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하자. 미안한데 나 오늘 급한 일이 있었어서, 먼저 일어날게. 조심히 들어가.
도망치듯 나서는 그의 등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던 는 그 자리에서 주륵 주륵 울어버려.
아아, 저 사람은 나와의 미래를 원하지 않는구나. 참으로 담백한 거절이었어. 는 그날로 그의 연락도, 가끔 주고받던 그의 가족들과의 연락도, 그가 찾아와도, 관심을 꺼버려.
독하게 마음 먹어야, 그래야 그를 잊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힘없이 걷는 퇴근 길 의 손을 누군가 낚아 채. 몇 번이고 만나곤 했던 그의 누나야. 어딘지 안쓰러울 만치 말라버린 그의 누나는 뭔가를 말하려 한참을 뜸들이다 어렵게 입을 떼.
- 미안해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미안해요. 우리 동생, 지금 많이 아파요. 아픈데, 씨에겐 끝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나봐요. 입원 않겠다고 그리 버티더니, 이틀 전에 쓰러져서 결국 병원 보냈어요. 동생이 씨 많이 좋아해요. 씨, 미안한데. 나 진짜 씨한테 너무 미안한데. 한 번만 동생 봐주러 와주세요. 네?
쉬지도 않고 다급히 말을 쏟아낸 여자는 의 손에 곱게 접힌 종이를 건네.
- 이거, 이건 씨한테 줘야할 것 같아서. 동생은 내가 이렇게 한 거 알면 노발대발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이래야할 것 같아서. 미안해요, 미안해. 추운데 어서 들어가요.
알 수 없는 말만 속사포처럼 남기고 떠난 여자의 말이 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아. 아파? 누가? 그가?
는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손으로 조심스레 종이를 펼쳐. 그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히 접힌 종이에는 한 눈에 봐도 알아챌 수 있는 그의 글씨가 빼곡해.
1.
![[고르기] 혼자 이별준비하는 투병중인 남자친구, 더 애절한 애인 고르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7/12/29/9/2/0/92059c949a4f5c61d07261102a4598dd.gif)
예쁘게도 웃는다. 예쁘고, 예뻐서 속상하고, 속상해할 수 밖에 없는 내가 야속하고.
흐르는 시간이. 변해버릴 세상이 야속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널 놓지 못하는, 놓을 수가 없는 내가, 제일 야속하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널 생각하고 가슴 뛸 내가 야속하다. 다른 무엇보다 이리 어어쁜 니가 참 야속하다. 아아, 어여쁜 사람아
넌 스치는 손 끝 하나까지 전부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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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는 세상에서도 예쁘게 살아라. 어여삐 웃고 좋은 것만 보며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그리 살아라.
한 팔구십쯤 되어 간간이 내 생각 나거든 이름이나 한 번 읊어줘라. 그것만으로 영원히 살겠으니. 그거면 웃으면서 가겠으니. 다음 생애는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이 되어 누구보다 빨리 너에게 가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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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너는 어여쁜 모습으로 어여삐 머물다 뜸도 들이고 빙글 돌기도 하다가 그리 한참 어물쩡 대다 내게 와라. 기다리고 있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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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언제까지고 널 기다리고 있으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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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어, 사랑했어. 영영 넌 몰랐으면 좋겠다. 응? 사랑이니 뭐니 넌 영영 모르면 좋겠어. 날 떠올리면 저도 몰래 웃음이 난다는 니가. 언제까지고 제 곁에 있어달라며 우는 니가. 어디고 따라오겠다는 참 가여운 니가. 사랑같은건 모르면 좋겠다. 부디 날 사랑했다고, 니가 내게 품은 마음이 사랑이었다고, 그런 생각만 안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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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사람아. 아파도 못 아플 사람아. 애닳아 부르지도 못 할 사람아. 외사랑이었다 치자 우리.
우리 사이는 긴 외사랑이었다고, 그리 치자.
별 도움도 못 되던 놈 가고 나면 조금만 아쉬워 하다가 조금만 허전해 하다가. 드디어 네 사랑을 만났다고, 아아 전의 그건 다 헛바람이었나 보다 하고,
예쁜 사랑을 만났다고. 그리 살아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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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살다 다음 생 어딘가에서 내 이 길고 긴 외사랑의 종지부를 찍어주러 와라. 감히 네 앞에 못 설 죄인이 어딘가 헤매고 있다면 한 번만 가여워 해줘라.
심장에 아로 새겨질 외사랑 끝에 너를 만나게 해줘라. 아아, 사랑아. 부디 예쁘게 살다 예쁘게 만나자.
눈 감으면 참으로 긴 외사랑의 시작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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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부서져라 반가운, 그런 외사랑이겠구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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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니 생각을 한다. 처음엔 밤이어도 밤인줄 모르겠더니, 이젠 낮이어도 낮인줄 모르겠더라.
달도 비껴가는 내 방에 네 생각 조용히 내리우면,
나는 때모르고 핀 들판의 이름모를 꽃 한 송이 되어, 하릴없이 젖어내리고. 아아, 야. 네 생각에 잠겨 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냐. 그 얼마나 완벽한 죽음이냐. 이 얼마나 잔인한 마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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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너를 그리 두고 모진 세상에 모진 귀퉁이가 되겠구나 나는. 내겐 하루를 더 살게 하는 너인데. 너에겐 비껴가고싶은 하루가 되겠구나 나는. 너의 쓰린 점 하나가 되겠구나 나는.
참으로 못되고 이기적인 나는 니가 작은 것에도 아파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니 인생 작은 점 하나로 남을 나를 오래 아파해주길. 그리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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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부디 나를 오래 아파해줘라. 그리하여 기꺼이 내가 너로 잠겨죽게 해라. 사랑아, 사랑아. 이 얼마나 잔인한 바람이냐. 이 얼마나 못 된 바람이냐. 이 얼마나 독한 사랑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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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나를 벌하러 와라. 나는 기꺼이 두 팔 벌려 기다릴테니. 독하게 기어코 찾아내어 그리 와라.
1. 이종석
2. 황민현
3. 차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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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김향기 국가장학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