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그토록 지루하고 살을 에이는 듯한 강추위의 기승이 조금 누그르 드는 토요일 아침 이다. 보통때와는 달리 신묘년 새해 첫 산행 28명의 인원이 일행 전부다. 단촐한 마음이지만 한편으론 서운키도 하다. 뭐가 잘못됐지..? 예약인원이 안차면 집행부는 마음 고생이 심하다. 그래도 강행을 해야만 하는 마음은 어린 자식이 아프다고 쳐 버릴수 없는 부모심정이 된다.
소변 보고 인원파악 단체사진 밖 고 하다 보니 시간이 제법 됐다. 10시30분이다. 산행시작이다.누가 광주를 예술의 도시라 했던가? 잔돌맹이 하나도,썩은 나무뿌리 하나도 손질을 해서 잘 닦은 무등산 옛길을 타고 1시간을 올랐는데도 숨 하나 차지 않고 오히려 돌아 볼 여유가 생긴다.
날쌘 돌이 영규 는 바람에 까불대는 깃발마냥 멀치 감치 달아나 버린다. 3시간이나 차안에서 감옥살이를 했으니 오금이 절이기도 했겠지.... 바람이 쓰~억 지나간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눈보라 자국이 선명하다. 찬바람이 엄습하는 겨울의 무등산 산허리는 시베리아 벌판처럼 냉기가 맴돈다 바닥의 녹지 않는 눈은 산객들의 뽀~드~덕 거리면서 발도장을 찍는다. 백설 같은 눈을 함움쿰 쥐어 뭉쳐 보지만 손바닥에서 힘없이 빠져나간다.
발밑에 찍힌 눈 구덩이 에서 썩은 두엄냄새가 울컥 올라온다. 속이 메스껍다. 원효 계곡길 로 접어 드니 치마바위가 눈에 거스려 마음에 넣고 카메라에 찰~칵하고 무등산 추억도 함께 밖아 본다. 슬며시 생탁(부산지방의 막걸리)이 어깨에 얹힌 베낭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이~이보게 산새 좋고 운치 좋은 이곳에서 통을 좀 비우게나? " "허허~아무래도 설경과 함께 소나무위에 내려않은 눈의 풍광과 운치 좋은 이곳에 오니 지가 치일것 같은가 보네" 내가 거든다. 다시 생탁 이 한마디 던진다. "무릉도원과 생탁 은 천생연분이지요."
"어차피 종일인 것을 서둔다고 달라지남요...느긋하게 인연을 가지세요 인연을..."듣고보니 맞는 말이다. "어이 영규야~ 베낭에 것 다 꺼내라. 탁주 한사발 하자~" 영규 가 생탁 인 셈이다. 휘몰아치는 칼 바람 과 가슴위로 타고 내리는 탁주 한사발을 쏟아 넣는다. 캴캴캴~
정분이 넘처 연분이다. 고산지대라 술 한잔에 취기가 오른다. 기분이 좋아 하늘을 보니 하늘이 돈다. 내가 도는게 아니고, 하늘이 도는구나~그럼 그렇지 아무리 세상이 오염됐다 한들 술한잔 에 취할 내가 아닌데.....?
감은 눈을 깜~뻑 다시 뜬다. 모질게 달빛처럼 살아 온 광주가 다시 보인다.앞서거니 뒤서거니도 할것 없이 외길이다.왕성한 산죽이 넌드려지게 흩어져 있다. 산죽들이 멀리 타향에서 온 우리들을 알아보고 공손히 인사를 한다.
넓디넓은 잎사귀로 까불거리며 너풀댄다. 바람사이로 상수리나무가 방긋이 나무가지로 거수경례를 한다. 헬로우 헬로우~ 그러고 보니 남쪽지방에는 소나무가 거의 없다. 기후의 변화가 서서히 잡목과 이름모를 잡초로 산들의 풍광을 바꿔 놓는것 같다.
생탁 한잔의 호기로 힘차게 오른다. 서석대 도착 서석대 주변 상고가 시선을 고정 시킨다. 바위 옆에서 칼바람에 몸서리를 치며 가냘픈 몸부림을 치는데 환상이고 자연의 신비다. 드디어 서석대를 올라 입석대다.
우와~ 산허리를 삥돌아 널쩍하게 솟은 중봉의 삼각 능선이 40중년 여자의 가슴선 같아 바짓가랭이가 뻣뻣해져 온다. 새하얕게 뒤덮인 설산 능선의 미끈함은 잔술집 여인의 교태어린 허리곡선 같아 꺽어질 듯 꺽어지지 않는 맛(?)이 살아있다. 백설탕 같은 눈가루가 무등산 칼 바람 을 타고 밀려 온다. 무등산 정상으로 쏟아져 들어 온다. 바람이 운다. 소리 없이 울어대는 바람은 귀곡 산장의 여인네의 귀 울음 소리로 땡겨 온다. 무등산 산신령의 산발한 머리채가 되어, 감당하기 힘든 몸부림으로 뒤틀여 온다.
내가 있는 입석대로 몰려 들어 온다.세파에 찌든 몸뚱아리를 요리조리 피해보지만,도저히 피할 방도가 없다. 할수 없이 눈보라에 묻히고 만다. 눈보라에 파묻힌 내 몸은 그냥 인간 상고대가 돼 버린다. 속절 없이 그냥 눈보라에 몸을 맡긴다. 하늘을 본다. 하늘도 희다.
그냥 어 슬픈 새댁이 된다. 들어 갈때 조아야 할지... 나갈때 조아야 할지...나가야 할지.... 들어 가야 할지...... 정상에서 눈보라 용솟음을 첨 본 느낌은 과히 웅장함 그대로다. 서석대 정상 주상절리 눈꽃과 어 울어진 입 석대 수정 병풍 구름도 바람도 쉬어가는 무릉도원 역사의 고장에서 온 기념으로 입석대 사진을 몇 컷 찍고 일어서려니 암만해도 서운하다.
서석대 정상에서의 운치를 뒤로 하고 무등산 산장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하산길 을 접어드는 길목은 평탄하다.등산로 어디에도 일방통행은 보지 못했는데 여긴 일방통행이다.계곡따라 무등산 옛길이 있었다면 이길은 신작로다. 돌아서 우회하는 길이라서 1.6km더 간다지만 서석대,입석대를 석양에 등지며 걷는 발걸음은 한층 가볍다.
옛것을 가지고 지키려 는 광주시민들의 마음과, 자연에 귀의함을 중히 여귀는 마음과, 이방인들에게 배려 할려 는 마음을 보고 와서 넘넘 고맙다. 얼음으로 다져진 하산길은 더 위험하다. 안전 또 안전을 숙지해야 할때다. 정열과 열성만으로 해결 안돼는 것이 바로 겨울 산행이다. 동료애와 돈독한 배려 지성과 함께 하는 매너가 동반되는 산행이 바로 겨울 산행이다. 품위 있는 산행에 동참해 주신 여러 회원분 들 대단히 고맙습니다.그리고, 토산회장님이하 집행부 여러분들도 수고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토산회
김해지부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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