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암산행후기>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하늘은 높고 푸르고 유적공원에서 바라본 굴 암산 에도 간간히 저녁노을 물들듯 빨간 단풍이 유혹한다. 바람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에 마음까지 들뜬다. 일행들과 함께 관동리 삼거리를 지나자 굴 암산 2.8km 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 어 온다. 토산회 에서는 한번도 오르지 못한 색다른 길로 안내를 시작 한다. 들머리부터 이어지는 능선에 일행들 얼굴에 낭패감이 묻어난다. 밋밋하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능선 10여분을 말없이 오르던 일행들이 깊은 감애를 품에 안고 힘겨워 내는 소리가 조용한 적막을 깬다.
인적이 드물어 황 망 하기 까지 하다. 395m 제1봉 뒷산 언덕 같은 산이 다. 휴~~하고 가뿐 숨을 내몰아 쉬는데 다시 능선길이다. 제2봉 380m가 눈앞에 우뚝 서있다. 인제 부터 자기 자신과의 싸움 이다. 시골농부 남새밭길 가는 심중으로 차근차근 뒷짐으로 땅만 보고 걷는데 이름 모를 잡목들 사이로 땅에 떨어진 도토리 가 지척에 깔려 있다. 지루한 오르막을 터벅터벅 오른다. 다람쥐 걸음걸이가 된다. 채 한숨도 돌리기 전에 또 한숨이 난다. 주위를 돌아 본다. 집채 만한 바위가 눈에 들어 온다. 바위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바위 주변엔 옜날 궁궐 지을때 쓰던 목재인 황송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자태가 고웁 다. 새색시 소맷자락 같아서 우아하기 까지 하다. 바위 위에서 조망은 일품이다. 펑퍼짐 한 바위는 엄마의 자궁속 같이 포근하고 아늑하다. 시원한 미풍과 함께 찌던 노폐물을 토해놓고 세상의 오염을 다 던져 버리고 도 닦듯 바위에 걸터 않아 가부좌를 틀어보니 삼라만상 모두다 얻은듯 편안하고 여유롭다. 베낭에서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송편과 배, 방울 토마토 로 갈증과 피로를 풀어 보는데 배맛이 배맛이다. 건내주고 건내받고 잔정이 덤뿍 묻어 나는 것이 시골농부 새참 시간 같이 정이 묻어 나는 시간이다.
다시 고행길이다. 울창한 숲은 산행 내내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한참을 오르자 내림막이다. 내리막을 지나니 10여 분간 평지길이다. 평지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날다람쥐 한마리가 얼른 도망을 친다. 타 닥~타 닥 나무 사이로 건너는 폼이 고려군에 쫓겨 도망치는 신라군들의 발자욱 소리 같다. 송전탑을 지나자 또다시 큰 바위산이 눈앞에 가로 막고 있다. 554m봉이다. 현기증이 난다. 뒤 종아리가 땡기고 머리에서는 연신 구슬땀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흘러 내리는데 연신 수건질을 해대도 끝이 없다.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 아무데서나 갈기고 싶지만 참기로 한다. 50중년의 전립선이 실실 흘러 내리는 오줌발에 낭패라도 당할까봐...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가을은 이렇게 늙어 가고 있는데, 허망한 현실은 왜 이렇게 서글픔만 남겨 주는지....그래도 곱게 늙어가야지 하고 스스로 위안해 본다. 마음이 무겁다. 빌어먹을 산천아~나는 가만있는데 너는 왜 이리도 변했나? 554m봉을 넘어서니 신안마을 계곡에서 올라 오는길과 합쳐진다.
마을 오솔길 같은 능선을 따라 조금 지나 내리막길로 가면 이정표(안부) 굴암산 정상 0,75km라고 표시 되어있다. 5분여를 오르자 정자 앞 삼거리다. 정자에서 쉬기로 한다. 조망이 아주 좋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진해 시루봉과 웅산, 진해만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언제 바라 보아도 여성의 유두 같이 생긴 시루봉이 여자 젖가슴처럼 봉긋하게 솓아 있다. 정자에서 포도와 배 방울 토마토 요상하게 생긴 쫀덕이 과자를 꺼내 놓는데 꿀맛 같이 달다. 귀밑머리 솜털만큼 아련함의 잔치다.
오랜만에 산행에 동참한 미주씨는 어쩌면 그리도 곱는지 아직 처녀 같은 몸매며 피부는 휜쌀밥 한톨보다 더 뽀얐다. 둥지에서 30년 세월을 지내왔는데도 찌든 때도 안보인다. 그리고 옆구리에 차고온 쌕을 뒤지더니 냉동 숙성된 캔 맥주 를 따서 정( 情) 을 건낸다. 정이 정을 마시는 시간이다. 건내주고 건내 받고 희~희낙낙 한순배 술잔이 굴암산 을 휘두른다. 쨍~
또 다시 쨍~쨍이다. 굴암산의 감회와 회한에 묻힌 가을은 이렇게 진해앞바다에서 머물고, 이글대는 파도에 전율을 느끼며, 하염없이 깊어가는 내일을 산다. 익어가는 가을처럼, 시간이 되면 제 스스로 벌어지는 석류처럼말이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해는 저문다. 우리 토요산악회에 이유없이 빠져드는 여러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굴암산 산행의 맛(?)을 알게 된것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so long~~
토산회
김해지부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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