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산행이다. 우중충한 날씨와 꽃샘 추위로 잔뜩 움 크린채 신어산 시산제에 참석 하기 위해 약속 시간 보다 10여분 먼저 집에서 나선다. 꽃샘 추위와 함께 봄 장마 같이 자주 비가 내린다. 지루하던 봄장마가 슬며시 주눅이 들 때면, 문지방을 넘나든 아낙의 손길은 더 바빠진다. 미룬 빨래도 걷어야 하고,뒷줌에 넣어둔 영감의 용돈도 챙겨야 함이다.
누가 신어산 을 우리 고장의 명산이라 했던가?보통때 와는 달리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라 그런지 33명의 인원이 장사진을 친다.신어산 초입로가 꽉 찬 느낌이다. 궃은 날씨 임에도 불구 하고 많은 인원에 집행부 에서 는 연신 싱글 벙글 이다.시산제에 쓸 짐들이 장난이 아니다. 한 사람씩 들고 메고 하는 폼새가 피난길에 등짝짐 같다.
잔돌맹이 하나도,썩은 나무뿌리 하나도 손질을 해서 잘 닦은 등산로 길을 타고 10분을 오르는데 일행들 얼굴은 일그러진 군상이고 혼자 몸도 힘던데 무거운짐 탓에 숨이 턱밑까지 차는지 연신헉~학~그리며 가뿐숨을 토해낸다. 얼굴엔 구슬땀이 비오듯 연신 맽힌다. 돌계단을 오르고 나무 계단을 오른다. 바람이 쓰~억 지나간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겨우내 얼었던 진흙탕 자국이 선명하다. 음지에선 봄눈에 녹아서 발 도장을 찍는다.
발밑에 찍힌 진흙 구덩이에서 이름 모를 들풀들이 베시시 얼굴을 내민다. 인고의 세월을 잊은 듯 우리를 반기며 웃는 듯 잎새가 떨린다. 영구암 바로뒤 바위가 눈에 거스려 마음에 넣어 본다. 바위 밑에 모셔둔 석불상 이 말을 걸어 온다. "어이~이보게 영구암 돌계단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목이나 축이 시게나”? “이곳이 무릉도원”인데 무에가 그리 바빠 서두르시는가?“허허~부처님도 심심 하신 것 같은가 보네요” 내가 거든다.다시 석불상 이 한마디 던진다. "허허 이 사람아 무릉도원과 같은 이곳이 안식처고 쉼터인데 전망 좋은 이곳 두고 뭐 할라고 오르기만 하나 ."어차피 종일인 것을 서둔다고 달라지남... 느긋하게 인연을 가지세요 인연을..."나무관세음보살.....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어이 000야~ 베낭에 것 다 꺼내놓고 약수물에 목이나 축이고 가자~가뿐 숨을 몰아시고 가슴위로 타고 내리는 생수 한바가지를 폐부속에 쏟아 넣는다. 캴캴캴~페부가 찌리하다.물맛이 달다. 감은 눈을 깜~뻑 다시 뜬다. 다시 나무 계단이다. 지루해서 새어 본다.165개단이다. 계단옆 나무들이 미풍에 까불대며 공손히 인사를 한다. 바람 사이로 상수리 나무는 방긋이 나무 가지로 거수경례를 한다. 잡목과 이름 모를 잡초 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 한다. 생수 한잔의 호기로 힘을내어 오른다. 더디어 능선 쉼터다. 깊은 한숨을 내쉬어 본다. 눌르 쓴 모자를 벗자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물에 빠진 생 쥐꼴이다. 휴식도 잠시 핼기장으로 다시 이동 한다. 방금 도척한 2진이 좀 쉴라 카는데 이동 한다고 볼맨 소리다.
볼맨 소리를 뒤로 하고 핼기장을 향한다.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땀이 식어 한기로 모골이 시럽다. 신어산 정상에서는 솜사탕 같은 것이 운무인지 안개인지 다시 밀려온다. 바람이 운다. 소리없이 울어대는 바람은 운무가 되고 안개가 되어, 산신령의 산발한 머리채가 되어, 감당하기 힘든 몸부림으로 뒤틀여 온다. 세파에 찌든 몸 뚱아리 를 요리 조리 피해 보지만, 도저히 피할 방도가 없다. 할수 없이 운무에 묻히고 만다. 운무에 파묻힌 내 몸뚱 아리는 그냥 안개가 돼 버린다. 속절없이 그냥 안개에 몸을 맡긴다. 하늘을 본다. 하늘도 없다. 운무인지 안개인지 을씨연 스럽기만 하다.
우리고장 명산 신 어산 정상 바로밑 핼기장 평지에서 우리들이 갇고온 주과포와 시루떡 막걸리,각종 과일,나물과 부침개로 정성껏 제례상을 준비한다. 시산제 준비를 서두른다. 잠시후 한바탕 비라도 쏱아질 것같은 날씨 탓이기도 하다. 잠시후 사회자가 정렬을 호령하고 3열로 시산제 가 시작된다.먼저 토산회 회장님이 분향을 하고 막걸리 한사발을 신어산 산신에게 정성들여 올린다.
다음은 내 차례다. 술을 올리 면서 신어산 산신령님!! 오만 곡절이 있더래도 토산회 회원님들 가시는 가시는 길마다 무사 무탈 하게 길 잊지 않게 하여 주시고 무사 산행 할수 있도록 지켜주세여~ 하고 마음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다음은 축문이다. 전임 회장님이신 장00소장님의 유 세차~우렁찬 목소리에 신어산 날 다람쥐들이 놀라서 도망 을 가고 일동 기립하고 서있던 제관들이 키~득~키득 웃음보가 터져 참느라 애쓰는 모습이 더 우습다. 음식 냄새 때문인지 무사 산행 축하행렬 차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까마귀 떼가 머리위로 보름달 헤매듯 뱅뱅 비행을 한다. 카아악~카악. 축하객들이 많아서 좋다. 다음은 전임 임원 위주로 참신주 와 진배잔 이다. 살며시 웃음띤 돼지머리 입과 귀 코구멍에는 시퍼런 배추잎이 제법 많이 꽃혀 있다.
제관들 모두 이렇게 산신께 빌었을 것이다....보잘것 없지만 정성들여 준비한 주과포와 떡을 드시고 토산회 의 무사산행을 기원 한다고.. 에이~고시래하고 시루떡 귀퉁이를 조금 떼어 저멀리 던진다. 들에 나가 일을 하다 새참이나 점심을 먹을 때 또는 야외에서 식사를 할 때 첫 숟가락을 떠서 들판에 던지며 "고시래"라고 말하는 풍속이 있다. 그래야 풍년이 들고 복을 받는다고 한다.
철시후 음복이다.시산제 음식들이 입맛을 돋우고 군침를 돌게 한다. 사루떡, 과일, 돼지두루치기, 오징어무침, 밥, 나물,소주,막걸리 말 그대로 주지육림(酒池肉林) 이다. 막걸 리가 돌고 소주가 돈다.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깬다. 니가 한잔 나도 한잔 네도 한잔 첫잔은 사랑주, 둘째잔은 우정주 셋째잔은 감격주,냇째잔은 황홀주 주고 받고 건내 주고 술잔이 춤춘다. 젓가락도 덩달아 춤춘다.그의 음식이 바닥날 즈음 정리를 하고 쓰레기를 봉투에 넣고 하산이다. 발걸음 은 한층 가볍다. 자연에 소중함을 중히 여기는 마음과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도 소중이 여기는 마음으로 신어산의 회한을 품고 하산 하였다.. 시산제 준비하신 토산회 임원진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리면서~~~so 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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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산회
김해지부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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