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산에 종종 오르곤 한다.
오늘은 우중산행(또는 빗속 등산)이다.
우리는 연초록 숲에 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토요일 오후 ,
“청승이다. 별짓을 다한다.\" 망설이면서 산으로 접어 들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옷 안팎이 땀과 빗물로 젖고 만다.
산중턱에서 내려다 본다.
비안개 탓에 평소 보이던 도심지 아파트 군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걸어 오른다.
더운 여름 ,산속 계곡의 불어난 물소리가 세차고 활기차다.
어제 술 취하여 많이, 크게 떠들었던 우리가 ,
오늘 비내리는 산속에서는 보다 적게, 작게 말하고 있다.
비가 잠시 잦아 들었다.
일주일전 맑은날 산행때에 지천으로 돌아다니던 살찐 메뚜기 닮은 벌레들과
생소한 소리를 지어내던 낯선 회색 빛깔 새들의, 이 빗속 거취가 궁금해졌다.
평지에서는 관심거리도 못될 놈들에게,
맑은날 산속, 그때 물어 보았었다.
“네 이름이 뭐냐?” 물음은 되돌아 왔다.
“니는 뭐요?”
다시 비가 내린다.
발밑 계단은 산행 보폭을 불편하게 하고 신경 쓰이게 한다.
군대 제식훈련의 “오른발~!! 오른발 먼저~!!”를 강요하는 듯하다.
지팡이가 없는 산행이 허전할수록 그만큼,
그의 일상 존재감도 불완전하고 미흡한 것인지 모른다.
지팡이는 산을 오를때보다 산에서 내려올때 더욱 유용하다.
내리막길에서 그것은 닳아진 등산화 밑창 돌기의 보충역이다.
이윽고 산 정상에 올랐다.
작은 가슴이 넓게 열렸다.
순간 바람에 모자를 빼앗겼다.
헬기 착륙장이 바로 지척이다.
누구는 도달점에 한발씩 디뎌오르고,
또 다른 누구는 프로펠러 동력으로 손쉬운 듯 올라 닿을 수 있다.
발아래 숲은 지나치게 무성해 보이고
또한 높은 습도의 들숨과 날숨탓에(?) 희뿌옇게 장막을 두르고 있는 듯하다.
산 정상에 오른 우리 모두는 긴 심호흡을 몇 번씩 하여 본다.
이젠 하산을 한다.
산중턱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뒤돌아서서 내려온 길을 찾아본다. 보이지 않는다.
어릴적 꾸었던 꿈도 그렇게 찾을 수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찾는꿈과 꾸는꿈.
산중(山中)에서의 갖은 의미심장함들을
평지(平地)에서 어떻게 접목하고 대입(代入)해 볼수 있을까!
다양한 마음속으로 저마다 산으로 가는가 보다.
생각을 정돈하고자 ,
생각을 떠올리고 싶어,
또는 생각을 생각ㅎ지 않으려고...
아니면 무념무상 (無念無想)으로,
우중산행(雨中山行)을 해 보신다면,
제어가 되지 않는 생각들에 대해 콘트롤 할수 있게 된다.
상당한 정도로,
그렇지만 한가지 ,
빗속 등산길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시기를....\'
2005. 7. 9. 토요일 . 우중산행 후.
통 리 2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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